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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4
JP모간·글로벌PE 거쳐…다수 트랙레코드·네트워크 보유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하 한투PE는)는 2017년 3월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보이는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2017년 12월 김민규 대표 선임 후 전문성을 갖춘 신규 인력들을 대거 수혈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간판까지 교체하며 새로운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한투PE가 꾀하는 여러 변화 가운데 하나가 해외투자다. 국내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려는 시도를 본격화했다. 그 중책을 맡은 인물이 앤드류 주 상무(사진, 한국이름 주상빈)다. 해외 곳곳에서 굵직한 커리어를 쌓은 만큼 최적격 인물이라는 평가다.
◇성장 스토리: 사관생도에서 글로벌 투자전문가로 발돋움
주 상무는 2살 때 이민을 떠나 모든 교육과정을 미국에서 마쳤다. 금융업 종사자치곤 이력이 다소 독특하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사관학교(West Point Military Academy)에 진학해 경제학과 원자핵 공학(nuclear engineering)을 전공했다.
주식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주 상무는 의무 복무기간 5년을 채운 뒤 금융업으로의 진출을 꾀했다. 아프카니스탄을 거쳐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덕에 국내에 진출했던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다. 외국계 IB의 국내 오피스들을 직접 방문하며 이력서를 돌리길 수차례, 처음 합격의 기쁨을 전한 곳이 JP모간이었다. 유선으로 직접 주 상무에게 입사 의향을 물은 이가 당시 JP모간을 이끌었던 임석정 전 한국대표(현 SJL파트너스 대표)였다.
주 상무는 JP모간에서 일했던 시간을 소중한 자산으로 꼽는다. 처음 몸담은 직장에서 투자 관련한 기초를 탄탄하게 익혔던 시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주 상무는 "JP모간 근무 때 국내 오피스 구성원들의 역량은 굉장히 뛰어났고, 그 덕에 주요 업무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며 "투자에 있어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인 업무를 익힌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약 18개월 동안 JP모간에서 근무한 뒤 주 상무는 PE 업계로 진출한다. 지금은 어펄마캐피탈로 이름을 바꾼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에 합류, 바이사이드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딘다. SC PE에 합류한 뒤 메가박스 매각(2007년), 교보생명 투자(지분 5.3%), EMC홀딩스 투자(지분 49%) 등을 맡았다.
주 상무가 글로벌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은 건 2010년 글로벌 PEF 운용사 마운트 켈렛 캐피탈(Mount Kellet Capital)로 이직하면서다. 이후 마운트 켈렛 캐피탈은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Fortress Investment)에 인수된다.
주 상무는 마크 맥골드릭(Mark McGoldrick)과 제이슨 메이나드(Jason Maynard)에 발탁돼 SC PE에서 적을 옮겼다. 주 상무를 영입한 두 사람은 과거 골드만삭스 스페셜시추에이션그룹을 이끌었던 인물로 국내에서는 진로(현 하이트진로) 투자 건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3년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부실채권 4억4900만달러어치를 인수해 10억달러를 웃도는 시세차익을 남겼다.
주 상무의 투자 성과는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서 꽃을 피웠다. 그가 투자한 규모만 31억달러(한화 약 3조3635억원). 수십건의 투자부터 매각까지 관여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이 그의 무대였고, 모든 업종이 잠재적 투자처였다. 그로쓰캐피탈·스페셜시추에이션·크레딧·바이아웃 등 다뤄보지 않은 딜이 없다. 전세계 내로라하는 LP를 대상으로 펀딩을 하며 글로벌 LP 네트워크도 쌓았다.
이후 기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진학해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올해 한투PE에 합류, 한투PE의 글로벌투자를 이끄는 중책을 맡게 된다. JP모간에서 근무할 때 한국투자금융그룹과 연을 맺은 것이 한투PE에 합류하는 계기가 됐다.
◇투자 스타일·철학 : '딜을 향한 이해력' 핵심이자 기본
주 상무가 투자의 핵심 요소로 꼽는 것은 이해력이다. 특정 기업·산업에 대해 지식적으로 많이 아는 개념, 그 이상을 의미한다. 여러 각도로 투자대상을 살펴보면서 모든 요소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주 상무의 투자철학이다.
때문에 투자에 있어 결코 조급하게 달려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투자의 모든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데 적잖은 자원을 들인다. 주 상무 스스로 '단계의 순서는 클로징의 열쇠'라고 할 정도다. 수십건의 투자를 직접 해보며 얻은 교훈이다.
주 상무가 리스크·크레딧 관점을 중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직접 스페셜시추에이션·크레딧 투자를 여럿 경험한 덕에 넓은 시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리스크·크레딧은 투자 때 반드시 살펴봐야 하는 핵심이지만 간과되기 쉬운 요소라는 설명이다.
주 상무는 "투자는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측면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하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투자처와 관련된 모든 요소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분 투자 때 크레딧의 중요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투자가도 존재한다"며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1: 기술의 중요성 체감한 비트캐시(Bit Cash) 투자
주 상무에게 있어 일본의 비트캐시 투자는 기술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투자 철학의 기반을 닦게한 건이다.
비트캐시는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가 인수에 나선 2011년 일본에서 모바일 결제시장의 선두업체였다. 이 딜은 지배구조 개선에서 시작됐다. 당시 한 PEF 운용사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비트캐시를 소유하고 있었고, 이 PEF 운용사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펀드 만기가 도래하자 매각에 나섰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비트캐시 지분 95%를 700억원에 인수했다. 멀티플(EV/EBITDA) 4.9배 수준에서 거래가격이 결정됐다. 남은 지분은 비트캐시의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했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와 CEO 사이 뜻이 통하며 경영자매수(MBO) 형태로 딜이 전개됐다.
인수자는 전체 투자기간인 3년9개월 동안 비트캐시의 고객군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고,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회사의 EBITDA 마진율은 20%에서 30% 이상으로 개선됐다. 이후 미국계 헤지펀드에 비트캐시 지분 100%를 매각하며 20%를 웃도는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주 상무는 "비트캐시에 투자하면서 기술 혁신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을 느꼈다"며 "여러 기술이 산업의 구조·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이해할 필요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트캐시 투자로 기술의 중요성과 함께 엑시트에 대한 철학도 갖게 됐다"며 "딜을 시작한 순간부터 엑시트를 구상, 그에 부합하는 자산관리를 해나가는 준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2: '크로스보더 변수' 일깨운 인도 메드플러스 투자
인도의 약국 체인업체 '메드플러스 헬스서비스(Medplus Health Services, 이하 메드플러스)' 투자 또한 주 상무에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 거래다. 법적 체계가 비교적 부실한 국가에 투자할 때의 유의점을 인지하게 된 사례라는 게 주 상무의 설명이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할 당시 메드플러스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약국 체인이었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1050억원을 들여 메드플러스의 지분 49%를 인수했다. 프리IPO(Pre-IPO)로 투자했던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기업공개(IPO)로 엑시트할 계획이었다. IPO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풋옵션을 행사하도록 계약을 체결했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LP에 고정 수익을 안겨다주기 위해 메드플러스가 발행한 비전환사채(No-convertible Debenture·NCD)도 100억원어치 인수하는 구조를 짰다.
투자 후 메드플러스의 경영지표는 개선됐다. 투자기간 동안 메드플러스의 약국 체인 수는 400개에서 1100개로 늘었고, EBITDA 마진은 -3.5%에서 5.9%로 개선됐다.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메드플러스 투자로 17%의 IRR을 올렸다.
성과는 기대를 웃돌았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메드플러스가 추진한 IPO가 막히면서 예상치 못한 변수에 직면했다. 메드플러스는 인도 증시에 입성하기 위한 조건 가운데 일부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는 풋옵션 카드를 꺼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계약서에 명시된 옵션임에도 거래상대방이 비우호적으로 응하면서 합의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는 게 주 상무의 설명이다. 인도의 법적 시스템상 소송은 얼마나 걸릴지 몰라 진행하기 어려웠다.
주 상무는 "국가별 금융시장·법적 체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코로스보더 때는 현지의 시스템까지 철저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글로벌 투자에서는 국가마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한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교적 시스템이 덜 갖춰진 나라의 기업과 거래할 때는 업무적 성과를 보여주는 동시 인간적 유대감·신뢰를 쌓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 평가: "초심을 잃지 않는 투자가"
주 상무에 대해 '근면·성실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금융업에 대한 백드라운드가 없던 상태에서 글로벌 투자 전문가로 성장한 데는 초심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다.
윤기희 스탠다드차타드증권 IB부문 대표는 "지금까지 주 상무가 쌓아온 트랙레코드를 보면 대단한 성장이 느껴진다"며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로 업무에 임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주 상무와 JP모간에서 함께 근무했었다. 주 상무는 자신의 멘토로 두 명을 꼽았는데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윤 대표다. 금융업의 기본기는 물론 업무에 대한 열정까지 불어넣어 준 인물이라는 게 주 상무의 얘기다.
이갑재 IMM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주 상무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며, 업무나 생활에서 언제나 바른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업력을 쌓은 전문가가 국내 투자업계로 유입된 점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투PE와 주 상무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 "한투PE만의 글로벌투자 시스템 구축 목표"
올해 한투PE에 합류한 주 상무는 단기간 내 성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계획을 짜고 있다. '딜을 얼마나 하겠다'는 목표보다는 한투PE만의 글로벌투자 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틀을 확실하게 잡아둬야 여러 변수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관련해 주 상무가 이끄는 글로벌본부에서는 해외투자의 가이드라인을 재정립하는 데 적잖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딜의 시작서부터 엑시트까지의 단계마다 핵심 포인트를 잡고 그 접근법을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걸 중시 여기는 주 상무의 투자철학을 엿볼 수 있다.
주 상무는 "한투PE 글로벌 본부의 인력들은 뛰어난 역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에서의 노하우·스킬까지 추가한다면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P와의 협업도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본인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국내 LP와 연계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그는 "국내 LP와 공동투자펀드(co-investment fund)를 조성하는 등 LP와 협업할 수 있는 계획들을 실현하는 방안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